- 투디갤
- 투디
네가 그 애를 좋아하는 것은 애진즉 알고 있었어. 항상 소리없는 웃음을 짓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웃음 속에서 네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거든. 그야 당연하잖아. 좋아하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또 어떤 고민을 가질지에 대해 아는 거 말이야.
그 애, 참 좋은 애야. 항상 우리 집 올 때마다 화과자나 사소한 선물들을 사면서 또 네 선물을 따로 챙기잖아. 너에 대해 생각이 많고 배려심도 좋아. 좋은 형제이고, 친구이고, 또 좋은 연인이지. 그래서 너와 그 애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도 뭍 밀려오는 질투심에 '내가 더 잘해줄 수 있을텐데.'라는 어설픈 생각은 하지 않았어. 그 애와 결혼할 네가 얼마나 소중히 보살핌을 받을지 어렴풋이 느껴지니까.
하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네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 차마 축하말이 나오지 않더라고. 입술이 너와 그 애 마냥 서로 붙기라도 한 듯 옴싹달싹 움직여지지 않았어. 평소 짓던 그 소리없는 웃음이 아닌 어수룩하고 볼이 빨개진 네게 결혼 축하한다고 말해야 했는데...
이 편지는 말이야. 그래서 작성했어. 아마 나는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더라도 네게 축하말을 하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어서.
또 이제 츠유리라는 성을 버리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 애의 성을 따를 네가 미워서.
카나오, 좋아해. 바랄 수 없는 꿈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사실 네가 칸자키 카나오가 되는 것을 이따끔 생각했었어. 네가 처음 나비저택에 와서 성을 고르던 날, 수줍게 츠유리를 고르던 그 순간부터 가끔씩.
결혼 소식을 듣기 전날에도.
오늘이 지나면, 내가 참석하지 못한 결혼식이 지나면 탄지로 카나오가 될 네게 이런 편지를 보내는 것은 어리석고 또 우리 사이를 되돌릴 수 없게 되리란 것을 알고 있지만 널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마지막으로 욕심을 부려보고 싶었어.
앞으로 행복할 네게 부리는 심술이야. 언니답지 못하고, 또 어른답지 못하더라도 그냥 웃으면서 봐 줘.
그냥 봐 줘.
츠유리 카나오, 좋아해. 그리고 결혼 축하해.
카나아오 탄카나 아오카나 귀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