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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7 17:42
도리어 그 자체가 여성이 하는 여성혐오의 양상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함

요새 로판에서조차 악역 여주만 나오면 여적여 구도 지겹다는 댓글이 종종 보이는데 볼때마다 깝깝함. 강간서사도 그렇고.

너무 당연한 이야기긴 하지만 여성독자도 여혐함. 똑같은 인성질해도 여캐가 하면 왠지 더 꼴보기 싫은거. 심하면 여캐가 남캐에게 기대기라도 하면 스스로 노력은 안하고 남자한테 묻어가려는걸로 보이거나, 꼬리치는 불여시로 보이는거. 드문 이야기 아님. 나루토에서 사쿠라가 얼마나 욕쳐먹었는지 떠올려보면 알 수 있음.

반대로 여혐과 상관없이 그냥 독자라서 가지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도 있음. 소설에서 주인공에 이입하고 악당을 미워하는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님. 로판이면 당연히 여주 사랑을 방해하는 악역여캐가 싫을수밖에 없음. 현실이라면 그 악역도 자기 사정이 있고 그렇겠지만 소설 속 인물이란 작가가 그러라고 설정한 인물임. 남성향 소설이라고 다를것같음? 거긴 NTR도 흔함. 아예 대놓고 라이벌 남캐를 찌질하게 그리며 애인도 뺏음. 그렇다고 남독자들이 그 남캐를 비웃으며 싫어하는게 남혐임? 그럴리가. 마찬가지로 이런 경우는 여혐과는 상관없는 감정임.

문제는 둘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것임. 어떤 캐릭터가 싫다고 할때 그게 내안의 여캐혐 때문인지 작가가 그러라고 설정한 캐릭터라 그런것인지 스스로는 구분하기 힘듦. 그리고 사실 둘이 섞여서 나타나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임.

근데 페미니즘이 좀 알려지면서 여캐만 부당하게 미워하는게 옳지 않다는 인식이 생김. 이제 하던대로 여캐 욕하면 도리어 내가 욕먹게 생겼음. 솔직히 남자들이었음 코웃음치며 무시했겠지. 근데 여자들은 워낙 자기검열하도록 교육받고 자람. 생각이 이쪽으로 흐름.

여캐 미워하는게 나쁜건가? 그럼 여캐를 싫어하는 내가 나쁘단건가? >근데 난 나쁘지 않아야 함<
애매하게 나쁜 여캐를 보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거(여자 미워하면 안돼)랑 자기가 느끼는 감정(근데 쟤는 여주 방해해서 싫어)이 충돌하고, 그러니까 아예 나한테 그런 모순적인 감정을 느끼게 할 여지도 없는 여캐만 찾게 되는거임. 소위 (나한테 안거슬리는)완벽한 개념녀 여캐.

아이러니한 것은 여캐가 '완벽해야만' 좋아할 수 있는것도 여혐의 일종이라는 것임

이러니까 로판에서 악역 여캐가 등장하는건 이상한 일이 아닌데도 그걸 여적여로 보는 댓글을 달게 되는거고(정확히는 그 여캐가 자기에게 느끼게 할 감정이 싫은거겠지만), 여캐가 강간서사를 가질 수 있음에도 '나쁘지 않은 나'라는 스스로의 이미지를 위해 일단 강간은 여혐 아니냐고 의심하고 보는것임.

물론 남성향에서 여캐의 불행한 서사? 그럼 성적인 폭력 아닌가? 정도의 존나 생각없이 무슨 금발 트윈테일, 오드아이 같은 캐릭터 속성처럼 써먹은 역사가 깊어 쓸때 조심하긴 해야겠지. 그렇다고 여캐에 강간서사가 부여되는게 여혐이냐? 작가가 그 묘사를 불행포르노로 불필요하게 묘사하지 않거나(솔직히 이런건 읽으면 다 안다 옷이 찢어지고 뽀얀 속살이 더럽혀지고..) 그걸로 말하고픈 바가 있었다면 그 자체가 여혐일 순 없음.

이런 독자들을 두면 여캐 쓰는 방법은 두가지임. 이기적 면모를 보이는 대신 아예 페미니즘, 주체적 서사를 부각시켜서 욕 먹을 가능성을 차단하던가, 옳고 선하고 완벽한 이데아 여캐를 내던가.

사랑의 라이벌이어도 선하고, 비열한 짓을 하지도 않고, 결국 여주의 조력자가 되거나, 아예 남캐한테 관심이 없음을 어필하는 인물. 여독자들을 의식해 남캐와는 필요 이상의 깊은 관계를 맺지도 않고, 기대지도 않고, 독립적이고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러다보니 갈등이나 부정적 측면을 그리지 않아 당근 깊은 서사도 없는 인물.

로판말고 판소는 남성향이 워낙 많아서 이런 케이스를 많이 보진 못했는데, 내가 보기엔 ㄴㅅㄱ이 딱 이 케이스임. 벨코인 파는 여독자들의 입맛에 딱 맞춰준 인물. 멋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아, 멋지다. 내가 파는 작품은 페미니즘적 메시지도 있다는 만족감을 주지만, 여캐가 남캐자리를 침범하는건 싫어하니까 남캐와는 항상 일정 거리를 두는.

어쨌든 세줄요약하자면 : 무조건 여혐무새 외치고 다죽여 여캐만 찬양하는 독자들의 심리는 사실 완벽하지 못한 여캐는 좋아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수도 있다는것
2020.03.27 (17:48:32)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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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줄부터 막줄까지 다받는다 나쁘지 않은 나 진짜 질려죽겠음ㅋㅋㅋㅋㅋㅋ현실여작가 괴롭힐거면 여캐 좋아하는데 강박가지지 말고 차라리 여캐 미워하고 편해지면 안될까
[Code: c329]
2020.03.27 (17:56:38)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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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쌉공감.. 이야기를 긴장감있게 이어나가기 위해선 누군가는 악역이나 민폐역을 맡아야하고 그건 여자일수도 남자일수도 있는거지
의도적으로 그런 역에 꾸역꾸역 여캐만 넣는 건 물론 문제라고 생각함 그렇다고 여캐를 그런역에서 완전 배제하는 것도 기괴해 모든 여자는 착한가? 모든 여자는 민폐끼치지 않는가? 아니잖아 성별을 떠나 인간이기 때문에 나쁠수도 답답한 구석 있을수도 있는거지
그런 태도도 일종의 코르셋이고 여캐배제의 초석인데(욕먹기 싫으면 그런 포지션이나 그런 요소만 있는 캐라도 무조건 남자로 설정할테니...) 돌아가는 판 보면 너무 답답함...
[Code: 68e3]
2020.03.27 (18:09:02)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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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내가 하고있는 생각을 그대로 적어놓은것 같아서 극공감. 이런 애들은 완벽한 여캐만 클린하고 옳은 것이라 말하면서 그 밖의 여캐는 인정 못하고 잘못했다, 작가가 빻았다 등으로 얘기하면서 '클린하고 피씨한 나'에 취해서 자신의 도덕성(ㅋ)을 과시하려 함. 본인들 행동이 오히려 '완벽해야 해'라는 여성들 특유의 자기검열로부터 벗어나서 다양성 있고 '자유로워 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박살내고 있다고 본다.

참 이상해.. 여성인권 얘기하면서 여성들 패는거 말이야...
본인들이 '보호받고 바람직하게 여겨야 할' 여성의 범위를 줄여서 그 자체로 다른 흠 있는 여성들을 배제시키고 있잖아
이게 바로 다른 방식의 여성혐오지
[Code: 5457]
2020.03.27 (18:12:09) 신고
ㅇㅇ
여캐가 '완벽해야만' 좋아할 수 있는것도 여혐의 일종이라는 것임 < 이거 진짜 공감 ㅋㅋㅋ
나는 여캐가 악인일 수도 있고, 특별한 목표 없을 수도 있고, 비관적일 수도 있고, 돈만 밝히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 사람이니까 ㅇㅇ 어떻게 모든 여자가 완벽해. 그거야말로 새로운 코르셋이지.
그런데 온갖 곳에 여혐이라고 소리치고 다니는 애들 보면 이건 사회에서 요구하는 코르셋을 쓴 여캐라서, 이건 민폐 끼치는 여캐라서, 이건 힘이 약해서. 본인들이야말로 여캐 너무 싫어하는 것 같아.
여캐가 성장하는 걸 기다려주지 않아...
내가 작가라도 그냥 '완벽한' 여캐 쓰고 등장만 시킬 듯. 서사 주면 꼬투리 잡고 욕할만한 파트가 반드시 나올 테고, 앞뒤 문맥 잘라서 어떻게 이런 시련을 줄 수 있냐/어떻게 이런 대사를 할 수 있냐 존나 깔 테니까...
[Code: 07cb]
2020.03.27 (18:57:24)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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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쌉공감이다 논문이로 만들어서 필독서로 팔고싶음 ㅅㅂ 단순히 내가 좀 더 무결점으로 보이기 위해 남들을 결점 투성이로 매도하는 건 아닌가? 시발... 못되고 이기적이고 내성적이고 약한 여자를 "여자"로 정의하지 않는 게 새로운 여혐 아닐지?
[Code: d0c3]
2020.03.27 (20:58:17)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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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잘썼다 앞으로 소설이나 댓창 볼때마다 한번씩 떠오를듯
[Code: d6ae]
2020.03.27 (21:03:06)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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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추 이런 독자들 노리고 나온 소설들은 리뷰, 미리보기만 봐도 서사가 너무 얄팍하더라 도덕책에 나오는 영희랑 다를 게 없는데 ㅋㅋ
[Code: 8126]
2020.03.28 (05:06:56)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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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급이넉 이건ㅋㅋㅋ 이거 제출하면 학위하나 땄다
[Code: bb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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