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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4 14:57
"네 홍차에 독을 탔어."

그 남자, 단델은 평온한 얼굴로 자신의 잔을 들어 올렸다. 그 행동이 너무 우아해서 금랑은 잠시 멍청하게 쳐다보았다. 챔피언 단델은 차갑든 뜨겁든 가리지 않고 시원스레 마시는 타입이다. 지금,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는 건 배틀타워 오너인 단델이다. 낯설다. 너무 낯설어.

금랑은 자신 앞에 놓인 잔을 보았다. 자신의 얼굴이 잔잔하게 비치고 있다. 잔을 살짝 들어 올리자 물결이 일렁이며 자신의 얼굴이 흐려진다. 금랑이 쥐기엔 잔이 너무 작아 보였다. 잔이 다시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단델을 보았다. 너는 이제, 말끝이 떨렸다.

"이제 나님은 필요 없어?"

목소리가 잠겼다. 바보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챔피언이 아닌 너는 이제 나님의 라이벌이 아닌 거냐고 묻고 싶었다. 나님이 아닌 신챔피언이 더 좋은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도저히 내뱉을 수가 없어서 입을 다무는 쪽을 택했다. 단델의 눈썹이 올라가며 짐짓 놀란체를 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오히려 반대야, 금랑."

단델은 잔을 내려두고 한쪽 다리를 꼬았다. 그는 허리를 곧게 펴고 손은 가지런했다. 우아하고 거만하다. 앉아있어도 여전히 금랑이 컸지만 어쩐지 저 위에서 내려다보는 감각이 들어 금랑은 무심코 위를 올려다볼뻔 했다.

"너는 나만의 라이벌이어야지."

조곤조곤 낮고 다정하고 달콤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홍차와 함께 삼켜도 좋을거같았다. 단델은 주머니에서 벨벳의 작은 상자를 열어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금랑의 목울대만 조용히 움직였다.

"그러니 온전히 내 것이 되어줘."

금랑은 그것을 보고 믿을 수 없어 벨벳 상자와 단델을 번갈아 보았다. 더없이 밝은 목소리가 울렸다.

나를 위해 죽어줘, 금랑.

단델은 웃으며 대답을 기다렸다. 챔피언이 아닌 단델은 금랑이 스스로 선택하는걸 인내심있게 기다려 줄 수 있는 인물이다.

금랑은 잔을 조금 세게 쥐었다. 단델을 사랑하는 만큼 포켓몬배틀도 너클시티도 너클짐도 보물고도 사랑한다. 이 무자비한 왕은 여전히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하며 금랑은 눈을 질끈 감고 다 식어버린 홍차를 단숨에 삼켰다.

끝 맛이 쓰다. 단델이 직접 탄 게 틀림없다. 아, 포플러님이 타주신 차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녀가 말한 핑크는 무섭지만 끝은 달았어.

"더럽게 맛없네."
"나도 늘 남이 타주기만 했으니까 아직 서툴거든."

단델은 벨벳 상자의 반지를 하나 꺼내어 금랑의 손에 끼워주었다. 딱 맞네. 그럴 줄 알았다며 웃었다. 단델의 손에 끼워진 것과 같은 것이다. 금랑은 반지가 끼워진 손을 들어 올려 이리저리 빛에 비추어보았다. 눈이 부셔서 눈물이 흘렀다. 금랑의 표정이 금세 일그러졌다. 반면 단델의 표정은 더없이 환했다.

"결국 나를 선택할 줄 알았어. 너는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

응. 여전히 입안이 썼다.

곧이어 금랑이 너클짐을 은퇴한다는 소식이 가라르 전역에 퍼졌다. 그리고 두 사람의 결혼 발표가 그 소식을 더 빠르게 묻어버렸다.





투디한정으로 가부장적인 단델 존좋. 단델이랑 결혼해서 금랑이 강제로 은퇴하는 내용임.
2020.05.24 (15:14:39)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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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센세 나 울어ㅓㅓㅓ어
미친 미친 미칮미친미친 센세 허ㅋㅋㅋㅋㅋㅋ 네 홍차에 독을 탔다라는 소재로 이렇게 깊은 감성을 이끌어낸다고?? 그리고 진짜 죽으라는게 아니라 나를 위해 죽어달라니.... 처음 단델의 말을 들었을때 이제 자기는 필요없냐고 물어보는 금랑의 표정이 궁금해진다 사랑한다던가 동반자라던가하는 평범한 프로포즈가 아니라 나만의 라이벌... 단델에게 라이벌이란ㅋㅋㅋ 그리고 독을 탔다고, 즉 자신을 위해 자신과 함께 죽어달라는 너무나도 광공스러운 프로포즈를 잠깐의 텀만 두고선 원샷,.., 울고싶다진짜 자신이 사랑하는 것과 동일하게 아니면 그보다 더 단델을 사랑하는 금랑의 마음을 차를 원샷하는 것으로 표현한 센세 천재진짜ㅎㅋㅋㅎㅋㅎㅎㅋ
[Code: 18df]
2020.05.24 (15:23:21)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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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같으면서도 단델의 사랑이 담뿍 들어간 차는 쓰다... 단델의 사랑을 상징하는 차는 왜 쓸까...... 차를 마시는 걸로 말을 대신하고 그 후에 단델이 반지끼워주는거 너무 문학적인 것 같음... 반지가 끼워진 후에 금랑이 눈물이 나는 거 보면서 족쇄아니야? 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자신을 선택할 줄 알았다면서 웃는 단델은 좀 기시감이 든다 그리고 여전히 입맛이 쓴 금랑도...
금랑이 너클짐을 은퇴한다는거 좀 슬프다 그리고 그 소식을 단델과의 결혼식소식이 덮어버렸네 단델은 주인공이고 언제나 금랑을 이기는 사람이지ㅠㅠㅜ 하 오늘같은 날씨에 정말 잘 어울리는 글이다ㅠㅠㅠ 잘 보고 가ㅠㅜ이건 거진 문학임ㅍㅍ
[Code: 18df]
2020.05.24 (16:57:26)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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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존나좋아ㅠㅜㅜㅠㅜㅠㅜㅠㅜㅜㅠㅜㅜㅠ 이런 감성 진짜 사랑하는데 단금으로 보다니 여한이없다... 센세는 천재야...
[Code: 1609]
2020.05.24 (17:03:58)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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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아아ㅏ아아ㅏ아ㅏ!!!챔피언단도 레알 이기적인 새끼라고 생극했지만 오너단은 진짜 끝판왕이넼ㅋㅋㅋ시발ㅋㅋ큐ㅠㅠ우리 금랑 너무 지고지순해서 눈물이 나네..ㅠㅠㅠㅠ금랑이 쌓아온 모든걸 다 버리고 목숨까지 달라하는 오너단을 보니 천생 왕이네 왕..금랑에게만 폭군이라 환장스럽닼ㅋ큐ㅠㅠㅠ센세.최고야 다음편도 기대할게..ㅠㅠ
[Code: 20ca]
2020.05.24 (17:04:21)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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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극은 뭐시여
[Code: 20ca]
2020.05.24 (20:37:18)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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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적인 단델때문에 일 은퇴하는 금랑 존나 좋다... 네 홍차에 독을 탔다는게 진짜 독이 아니고 딱 그만큼 치명적인 사랑이라는게 너무 발림포인트임 어떻게 그걸 홍차에 독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지 센세는 천재야... 이제 가부장적인 단델이 침대에선 어떤 모습이 되는지 후일담 풀어줄꺼지...?
[Code: 5c50]
2020.05.25 (02:41:37)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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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와...단델의 사랑은 독과같고 그 사랑을 받는 사람을 망치게 된다는것같아서... 반지 끼워주고나서도 딱 맞네. 그럴 줄 알았어 라니... 너에 대한건 다 알고있어. 역시 넌 내 생각대로야 라는게ㅠㅜㅜㅠ 센세 천재야...
[Code: 9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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