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선데이가 로빈 잠든 모습 지켜보러 찾아올 것 같다.

로판같은거 보면 소중한 사람이나 어린아이가 밤중에 혼자 잠들때면 보호자가 와서 무탈하게 밤을 보낼 수 있도록 지켜주잖아... 선데이도 그럴 것 같음.



그 날은 평소 다른 은하에서 일정을 소화하던 로빈이 간만에 페나코니로 돌아온 날이었고, 참나무 가문의 영역 안에 마련된 숙소에서 머물게 됐겠지.

참으로 오랜만에 여동생의 그리운 얼굴을 봤음에도 선데이는 여전히 그 끔찍한 악몽을 꿨을 것 같음. 고퍼우드에게서 로빈이 총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순간부터, 여린 목에 붕대를 칭칭 감고 새하얀 침대에 누워 죽은듯이 미동조차 없는 로빈을 마주하는 순간까지. 어쩌면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눈을 감으면 지독히도 생생할, 사랑하는 그 아이가 꽃처럼 붉은 선혈을 뿌리며 천천히 땅으로 쓰러지는 모습마저도...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 꿈에서 도망쳐버린 선데이는 크게 숨을 몰아쉬며 잠에서 깼을 것 같음. 식은땀을 흘리며 창밖을 바라보면, 하늘은 새카만 밤이었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에 들어있어서 한없이 고요한 시간이겠지만 선데이에겐 유난히 이 시간이 버티기 어려웠겠다 싶음.


침대에서 반쯤 몸을 일으켜 기대앉아 있다가, 문득 로빈을 보러 가고 싶어졌을 것 같음. 그 애가 무사히 자고 있나, 밤 사이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닌가 불안해졌겠지. 간만에 누구의 방해도 없이 얼굴을 마주할 기회이기도 하고, 그래야만 한참 쌓인 그리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았을테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서서 로빈이 잠들어 있는 방문 앞에 섰을 것 같음.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결심한 듯 조용히 들어가자, 신경써서 준비한 포근한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로빈이 보였겠지. 창밖에서 옅은 달빛같은 빛줄기가 흘러들어와 로빈을 창백해보이도록 하얗게 비췄으면 좋겠음. 그래야 그 모습을 보고 덜컥 겁이 난 선데이가 다급하게 로빈이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지 확인할테니까.

동생이 느릿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한 선데이는 괜히 잠든 그녀의 머리카락 따위를 슬쩍 어루만지다가, 문득 목으로 시선을 흘렸을 것 같음.

보기만 해도 아까운 여동생의 새하얗고 가냘픈 목에 나있는, 잔인하도록 선명한 흉터를 자연스레 바라보게 됐겠지. 그러자 안타까움과 미안함, 그리고 온갖 감정이 밀려오는 걸 느끼며 그 자국을 부드럽게 어루만졌을 것 같음. 참나무 가문의 가주로서 늘 감정을 절제하다시피 하며 감정기복이 많이 사라진 후였지만, 이런 순간만큼은 저항할 수 없는 눈물이 눈가에 맺히지 않았을까. 할 수만 있다면 그 상처를 깨끗이 없애줄 수 있기를, 아니면 차라리 그가 대신 가져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어쩌면 처음부터 이 상처가 생길 일 자체가 없었다면 좋았을텐데, 하고 생각했을지도.

결국 선데이가 인지하지 못한, 미처 주체할 새도 없이 떨어진 눈물이 로빈의 볼 위에 떨어졌겠지. 당황한 선데이가 다른 손을 올려 조심조심 닦아내려 했을거임. 동생이 잠에 깨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면서.

그렇지만 그때 선잠이 들어있던 로빈이 인기척을 느끼곤 살며시 눈을 떴을 것 같음. 비몽사몽간이었지만 걱정 가득한 오빠의 얼굴과, 슬픔 가득한 애처로운 눈을 마주하자 어떤 상황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겠지. 곤한 정신에 경황없는 와중에도 로빈은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 같음. 그가 또다시 자신의 목에 난 흔적을 조심스레 살피고 있었으니까.

그런 마음에, 오빠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쥐며 잠기운 섞인 상냥한 목소리로 그를 위로했을 것 같음. 이건 오빠의 잘못이 아니야, 라고. 그날따라 한 마디 덧붙였을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만약 오빠에게 위험한 일이 생긴다면, 나라도...
아니, 오히려 이런 가정은 그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할까봐 그저 속으로 삼켰을 것도 같음.

오빠가 안도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나 여기 있다는 듯 그의 손을 쓰다듬으며 한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보내는 로빈을 보자 선데이도 이젠 괜찮다는 듯 옅게 웃으며 대답했겠지. 그러곤 다정한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을 것 같음.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널 깨워서 미안하다고, 이만 다시 잠에 들 시간이라고...
어쩌면 네가 내 곁에 남아줘서 다행이라고, 늘 사랑한다는 말까지...


오래 전 그들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사랑하는 동생에게 살짝 입 맞추고는 그 아이가 다시 잠에 들때까지 곁에 앉아 그대로 지켜봤을 것 같음.
그렇게 남매의 밤이 또 한 번 무탈히 지나가겠지. 무엇보다도 소중한 사람이 아직 내 곁에 남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새벽감성으로 갑자기 보고싶어서 급발진했다. 선데로빈 ㅈㄴ 사랑한다... 아프지 말고 행복해라 제발
긴글 봐줘서 고맙고 다들 잘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