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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7 01:30
대체 가능한 단어들이 있어도 꼭 어려운 단어를 씀
어려운 한자어들 당연히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흔히 쓰이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사용을 지양하자는 것도 절대 아님

방향이나 향방처럼 같은 한자 쓰고 뜻이 비슷한 것 같아도 뜯어보면 분명 쓰임을 달리 해야 하는 단어들이나, 전달, 전파, 전수처럼 유의어지만 상황과 대상에 따라 적절한 단어를 쓰는 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함
내가 '어려운 단어를 썼다'가 단점이라고 생각할 때는 해당 단어가 '대체 가능한' 더 쉬운 단어가 있을 때임

예를 들어 전범같은 단어. 문송에서 전범이 쓰인 문장들은 대부분 모범을 써도 되는 문장이었음 황실전범처럼 굳어진 단어에서 쓰이는 것도 아닌데 왜 불필요하게 전범을 남발했는지 모르겠음 신관도 도화선으로 바꿔 써도 문제 없었을 것 같고 그냥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고래, 일습, 연시(연말연시의 연시 아님), 시원, 기치 등등등임 

사실 진짜 문제는 어려운 단어를 쓴 것보다도 그게 글의 흐름과 완성도를 되려 떨어뜨린다는 점임 특히 명사여도 동사적 의미를 가진 단어들을 쓸 때에는 본동사랑 명사랑 서로 꼬여서 문장이 어지러워진 게 느껴짐;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때에도 대체 가능한 어려운 단어를 써서 몰입이 힘들 때가 종종 있었음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도 분명 몰입이 힘들지만, 사실 진짜 몰입 깨는 건 아는 단어들을 볼 때에도 '진짜 정말 굳이?' 라는 생각이 들 때임
심지어 어떨 때는 적합한 단어가 아닌데도 꾸역꾸역 쓰던데 하차할까 하다가 캐릭터들 매력 때문에 참았음 

재밌는 작품이고 흔치 않은 전개인 건 분명함 그래서 저 단점들이 더더욱 아쉬움 대체 왜 소위 말하는 배운 사람인 것 같은 사람이 어떨 때는 감탄할 만한 문장을 쓰고, 어떨 때는 아는 어려운 단어 어떻게든 써먹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보이는지 모르겠음... 겁나 길게 썼네 아무튼 이런 점은 ㅂㅎ긴 하지만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소설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