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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22:40


-어어 알지알지 네가 스쿠나의 손가락을 먹었고 그릇이된건 다 친구들을 살리기 위한 선함에서 비롯됐다는 거. 그래도 스쿠나의 그릇인 된 이상 사형은 확정이니까 살 가능성같은 그런 건 기대하지 마. 앞으로 너의 동향은 저~위에 있는 늙은이들이 정해줄거야. 그전까진 아마도 고전에서 감시..랄까 뭐 그런거지! 앞으로 스쿠나의 손가락을 다 모으게 되면 그때 사형일도 정해질거고.
-아..응. 그럼 고죠 선생님, 맞지? 이렇게 불러도 돼?
-맘대로 하렴
-응! 고죠 선생님! 그리고 저기, 그 날 선배들과 나를 구해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타도리는 냉정한 고죠의 말에도 아랑곳 않고 머리숙여 감사의 인사를 표했어. 그 얼굴에 거짓이나 가식은 없었지. 하지만 그런 이타도리가 고죠는 못마땅했어.

이 녀석은 정말 멍청한건지..지금 자기가 무슨 상황인지나 아는거야? 사형집행일이 안정해졌을 뿐이지 스쿠나의 손가락을 모아갈수록 죽는 날 가까워지는 거라고?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가보군.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뭐, 이런 녀석이니 오히려 잘 된건가. 나중에 딴 소리하거나 스쿠나와 손을 잡진 않겠네.

자기가 죽는다는 얘길 들어도 아침메뉴는 토스트입니다 같은 소릴 듣는것처럼 별 생각없어보이는 이타도리의 태도에 고죠는 목숨을 덧없이 생각한다고 잠깐 열이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할거임




고전에 입학해 임무에 내보낼 때도 유우지는 어차피 스쿠나가 지켜줄거니까~하면서 위험한 임무에는 무조건 이타도리를 내세우는 고죠일듯. 매일같이 얻어터지고 피칠갑이 되는 이타도리를 보다못한 후시구로와 쿠기사키가 대신 임무에 나가겠다고 해도 고죠는 천연덕스런 얼굴로 왜? 너네는 가면 죽을걸? 유우지도 괜찮다는데? 그치? 유우지? 하면 이타도리는 고죠도 자기가 도움이 된다고 (가스라이팅) 하고 친구들 다치는것보다 큰 부상을 입어도 스쿠나가 있어 죽지않을 확률이 큰 자기가 나서는게 낫다고 하겠지.

-난 괜찮아! 회복도 훨씬 빠르고, 선생님처럼 최강의 주술사가 되려면 실전경험도 필요하니까!
-? 유우지는 실전경험같은거 필요없지않아? 어차피 손가락 다 모으면 사형이잖아
-아...그 그렇지! 그래도 그 전까지는 어떻게든 싸워야 하니까 말이야!

선생님 짓궂네~! 이타도리의 멋쩍은 웃음에 후시구로와 쿠기사키의 서늘한 눈매가 고죠를 향했지만 아무렇지않은 듯 오히려 히죽대며 장난기어린 얼굴로 고죠는 보던 만화책으로 시선을 돌렸지.




-야. 너 정말 오늘 임무 괜찮은거야?
-응. 팔 뼈도 다 붙었고 그 쪽만 충격만 안받으면 된다고 했으니까!
-...예감이 안좋아. 그냥 오늘은 다른 사람이 가라고 해. 후시구로가 두탕하라고 하자고.
-쿠기사키 오늘따라 이상해? 그렇게도 내가 신경쓰여~?
-미친! 저리 꺼져라? 야. 걍 가라. 가서 팔도 다시 부러지고 그냥 죽어.
-아이 왜~ 내 걱정 해주는거야? 쿠기사키~~

쿠기사키의 예감이 오늘따라 좋지 않았어. 꿈자리가 뒤숭숭했다고나 할까. 어련히 그럴만한 생활이지만서도 쿠기사키로서는 처음 느껴보는 뒤숭숭함이야. 그리고 그 예감은 이타도리를 향하고 있었지. 저 바보 감자머리. 매번 실없는 소리나 하고 헤헤 웃기나 하고. 모두가 널 위험한 시한폭탄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마 느끼고 있겠지. 특히 고죠 그 인간은 왜 널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냐. 쿠기사키는 자신의 삶이 제일 소중했어. 제 몸하나 건사하기 힘든 인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이타도리를 보면 불쌍한 녀석, 이딴 거에 휘말리지 말지 라는 동정심이 들겠지. 말로는 죽으라고 했지만 정말 본심은 죽지말고 살길 바랐어. 지금 이렇게 까부는 이타도리가 사형과는 멀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현실과는 모순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게, 저녀석. 임무 중에 발견한 다친 강아지를 치료한다고 한달 용돈을 다써버렸다고?? 저런 놈이 지 살자고 다른 사람을 죽이려는 선택따위 할 리가 없잖아! 

-이타도리!
-오스!
-죽지 마라. 죽으면 나한테 뒤진다?!
-오스! 쿠기사키도 무사생환이야!

갈림길까지 계속해서 손을 흔드는 이타도리를 보고 쿠기사키도 웃어버렸지. 



1학년이 각각 찢어져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어. 그날도 이타도리는 제일 위험한 곳에 파견되어 아직 복귀 전이었고. 먼저 복귀해 기숙사로 향하던 후시구로는 익숙한 뒷모습을 보고는 불러세웠어

-잠깐 얘기좀 해
-야심한 밤에 무슨 얘기를 하고싶을까 후시구로 메구미군?
-닥치고 따라와

거친말해도 속은 물렁한 녀석 이라고 생각하며 고죠는 후시구로를 따라갔어

-있잖아
-왜?
-이타도리가 싫어?
-응? 갑자기?
-갑자기 같은 거 아니야. 주변사람들 모두 느끼고 있을걸. 심지어 그 바보도 약간은 눈치채고 있다고. 그 녀석, 당신한테 뭔가 잘못했어?
-헤에 티가 난거야?
-티가 나다니.. 힘든 곳은 늘 이타도리가 맡고있잖아 그녀석이 온 뒤로 쭉!
-뭐어 단련의 의미라고 한다면...
-그런 거 아닌거지. 괴롭히고 싶을 뿐이잖아.
-...조금?
-좋은 녀석이야. 안지는 얼마 안됐어도 알 수 있어. 나쁜마음 같은 거 없는 녀석이라는거. 단순히 스쿠나의 그릇이기 때문에?
-넌 정말 예리하구나. 이건 피해갈 수가 없네~
-이타도리라고 알고서 그렇게 된 게 아니야. 친구들을 구하기위해서..!
-그걸 어떻게 장담하지?
-뭐?
-그 녀석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먹었는지, 조종당했는지, 그 사실을 숨기는지, 억지로 잊었는지. 그걸 네가 장담할 수 있냐는 말이야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물론 처음 고전에 오기 전 대략 심리검사는 끝냈지만 별 이상 없었어
-그럼 왜 그렇게 까지 그녀석을 미워하는거야. 뭐만하면 죽어도 되는 목숨, 사형확정이라면서 쓸데없는 얘기만 잔뜩 늘어놓고!
-본인이 받아들인 얘기니까. 결과야 뻔한데 굳이 감출필요있나. 그리고 그런 목숨질긴 흑기사가 미래를 책임질 꼬마 주술사들에겐 필요하다고?
-...당신같은 건 교사도 최강도 뭣도 아니야. 그 녀석이 매일같이 어떤 상태로 돌아오는지 알기나 해? 관심도 없겠지. 쓰레기.

후시구로는 고죠의 발밑에 침을 퉤 뱉고는 기숙사로 돌아가버렸어. 고죠는 꽤나 열이 받은 후시구로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꼈어. 저렇게까지 타인을 위해 화낼 줄 아는 애였네. 이타도리의 존재가 벌써 그정도인가. 이거 큰일이네. 정들면 헤어지기 어렵다구. 그나저나 요즘 일만 시켰지 통 못봤는데 이타도리한테나 한번 가볼까.

고죠 스스로도 이렇게까지 이타도리를 괴롭히는 자신이 이해가 되지않았지만 굳이 이해하고싶지않았어. 저녀석은 만악의 근원과 한 몸이다. 어차피 내 손에 죽을 운명이고 스쿠나와 손이라도 잡는 날엔 하루라도 더 빨리 죽여야한다. 정주는 일 따윈 없는게 낫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했지. 고죠는 이타도리의 위치를 찾기위해 폰을 들었어.

-어 이치지~ 유우지군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 무렵 이타도리는 이제껏 만난 주령보다 퇴치하기 힘든 주령을 마주했어. 주령 자체는 강하지 않지만 개체수가 계속해서 주변생물에 들러붙어 증식하는 바람에 꽤나 시간이 걸렸지. 그런 이타도리의 모습을 근처 옥상에서 고죠가 지켜보고 있었어. 저번보다 몸놀림이 느려졌네. 아직 부상중인가? 아니 그쪽말고 아니아니 그 옆! 그래 거기에 또 한마리 있잖아! 고죠의 옆에서 서있던 이치지는 그럴거면 그냥 가서 도와주면 쉽잖아 하는 얼굴로 고죠를 쳐다봤어. 

-고죠 씨. 그럴 거면 가서 도와주는 게 빠르지 않나요.
-응? 내가 왜?
-아니 뭐.. 가르치는 학생이 고전중이기도 하고.. 뭐 주령 자체는 저급이라고 해도 개체 수가 많으니 이타도리군 체력도 말이 아닐겁니다. 안그래도 지난 번 오른 팔 부상이 아직 안나았을거에요.
-본인이 괜찮다잖아~ 놔둬~ 그리고, 저 정도 수준에 내가 나서면 유우지의 체면이 안서서 안돼~

말이라도 못하면.. 이치지는 질린다는 얼굴로 고개를 젓고는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위해 몸을 돌렸어. 고죠는 이제 마무리가 될 것 같은 이타도리의 근처로 내려갔어.


-아 피곤하다~ 이제 다 해치웠나?
-도와줘!

마지막 남은 저주까지 모조리 없앴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선가 어린아이의 비명이 들렸어. 아 한마리 남았잖아! 주령이 아이의 심장에 독침을 꽂으려는 순간 아이는 다른 이의 품으로 안착했지. 

-꼬마. 눈을 감아라. 하나 둘 셋!

아이를 안고 날아오르는 고죠를 보고 이타도리는 안심했어. 다행이다. 선생님 와줬구나. 마지막 주령을 해치운 이타도리는 그대로 땅에 드러누웠어. 아야. 마지막 놈에 어딜 스쳤나. 어딘가 찌르르한 느낌에 이타도리는 느리게 눈을 깜박였어. ...오늘따라 하늘이 노랗네. 고죠 선생님, 날 보고 있었던 건가. 감시일까.. 선생님은 날 별로 안좋아하니까 내가 스쿠나에게 몸이라도 뺏길까봐 온 걸 수도. 이타도리도 고죠의 일방적인 미움을 알고 있었어. 최강이라 불리는 주술사. 하지만 그 힘을 선한 곳에 쓰기 위해 일하는 사람. 말은 밉게 하는 것 같아도 속은 다정한 사람이라는 게 눈에 보였지. 다른 사람들도 다 알고 있을거야. 눈치없단 소릴 듣는 저까지도 알 정도니. 고죠 선생님은 대체 내가 왜 미운걸까. 역시 스쿠나와 한몸이니 같은 거라고 보는거구나. 그래도 나, 이렇게 열심인데. 나한테도 좀 칭찬해줬으면 좋겠어. 나한테는 이제 칭찬같은 거 해줄 사람 없으니까.. 죽기전까지만이라도 다같이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데.

근처 처리반에 아이를 데려다준 고죠가 돌아왔어. 여어 유우지. 잘 처리했어? 여유가 넘치는 고죠의 말에 이타도리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고 웃는 얼굴로 바닥에서 몸을 뗐어. 선생님, 본성은 다정하다니까. 이타도리는 고죠를 향해 걸어갔어. 

-선생님 나이스 타이밍!
-역시 최강이지 선생님? ..음?
-응! 멋있는 역할 빼앗아가서 분하긴 하지만, 그런 건 역시 선생님이랑 잘 어울려

근데 고죠 선생님, 왜 선생님이 두명 아니 셋, 넷으로 보이지...

-유우지? 어이 유우지! 이타도리 유우지!

고죠는 쓰러지는 이타도리를 황급히 품에 안았어. 그 창백한 얼굴을 보고 그제야 이타도리의 가슴팍에 물든 피가 주령의 것이 아니었단 걸 깨달았어. 마지막 주령에게서 아이를 구하면서 심장 근처에 공격을 받았던거야.

아.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는데. 이타도리는, 유우지는 내손으로, 아니, 지금 죽어서는 안돼. 지금은 아직 아니야. 너는 왜. 지금. 아냐. 죽지마. 죽으면 안돼. 유우지. 너는 죽으면 안되는 거야. 너는 왜 내앞에서. 나를 두고 죽지마. 안돼 유우지. 나를 두고 가지마. 안돼. 안돼..

머리 속이 수만가지 생각으로 가득찬 고죠는 어느새 자신이 이타도리를 안고 고전으로 날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어이! 이타도리가 공격당했다! 빨리 누구든 일어나!




이녀석은 왜 이렇게까지 자기 목숨을 내놓는거지? 무얼 위해? 나처럼 무하한이나 육안을 타고난 것도 아니고 대단한 술식을 가진것도 아니고 그냥 한낱 누명쓴 사형수일 뿐이잖아? 무슨 대의를 가진거지? 네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냐? 진심으로? 죽지않으니까? 하지만 이것봐. 넌 지금 죽어가고 있어. 죽을 예정이니 죽음이 두렵지않다 뭐 그런거야?

-이 멍청한 녀석

고죠는 사실 알고 있었어. 이타도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처음엔 약간의 비아냥이었지. 그래 네가 친구들을 구하기위해 지옥에 뛰어들었구나. 세상무서운 줄 모르고 쯧. 그리고선 호기심이 생겼지. 친구들이 그렇게 중요했나? 뭔지도 모를 시체쪼가리를 주워삼킬만큼? 

고전에 입학한 이후 지켜본 바로는 그냥 서서히 인정해야할 수 밖에 없었지. 남을 위하는 저 아이의 마음은 타고난 것 뿐이야. 이타도리 유우지가 이타도리 유우지 인것처럼 어찌할 수 없이 타고난 것 뿐이야. 

하지만 고죠는 인정하고 싶지않았어. 그래서 위험한 곳에 이타도리를 보내 시험해본거야. 죽음이 가까워지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저녀석은 남을 먼저 생각할까? 아님 스스로를 챙기느라 다른 사람을 포기할까? 저녀석의 속마음에는 사실 스쿠나가 깨어나면 협상해서 살아보려는 마음이있을수도 있어. 누가 죽길바라고 살아? 저녀석도 똑같아. 평범한 인간일 뿐인데. 자기목숨이 더 중요하겠지. 

고죠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결국 자기혐오의 일종이었지. "우리의 대의는 곧 너의 대의다. 우리의 뜻에 반한다면 아무리 날고 기는 너라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강이라는 힘은 선한 자들을 위해 써야한다." 그러나 선한 자는 무엇인가. 강한 것인가 약한 것인가 아니면 둘다인가. 어느 답도 고르지못했던 지난 날, 다른 길을 선택한 친구를 되돌리지 못했던, 그를 납득할 수 없어 그의 편에 서지 못했던 고죠 자신에 대한 혐오, 질책, 미움, 원망. 대의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반하는 생각을 매분 매초 억누르면서 자신을 속여온 날들. 고죠는 아무 것도 모르는 이타도리에게 자신의 나약했던 모습을 투영했단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지.

유우지 넌 진심이었어. 사형을 받아들인다는 말도, 죽음의 조건인 스쿠나의 손가락을 모으기위해 강해지고 싶다는 것도, 친구들을 지키고싶다는 것도. 모든 게 진실이었는데 내가 널 거짓된 마음으로 바라봤어. 네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보이던 환한 웃음도, 나를 보며 눈치보는 네 모습도, 의지할 곳 없이 매일밤 기숙사를 나와 벤치에서 겨우 잠들던 너의 뒷모습도.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면 난 어떻게 해야할까. 너에게 어떻게 사죄해야 할까. 네가 죽으면 나는. 나는 이제 지키고 싶은 게 없는데. 미안해 유우지. 한결같이 진실했던 너의 마음이 나한테는 너무 눈이 부셔서 검게 칠해버리고 싶었어. 너도 나와 같은 인간이길 바랐어. 염치없게도 내가 가진 심연을 너도 가졌으면 바랐어. 그래서 너에겐 나만이 유일한 이해자 이길 바랐어. 나만이 네 구원이고 네 희망이길 바랐어. 미안해 유우지. 다 내 잘못이야. 이렇게 보니 나 정말 쓰레기네. 그래도, 그래도 말이야.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유우지.​

어둠 속 에서도 빛이나는 너를, 내 어둠마저 밝히려는 너를, 나조차도 부끄러워질 정도로 투명한 너를,

너를 좋아하고 있어, 유우지. 


고죠는 이타도리를 바라보는 향한 마음이 미움도, 원망도, 질투도 아닌 사랑이였다는 걸 응급실앞에서야 깨달았지.




주술 고죠유우 약후시이타
2024.05.15 22: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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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리..사랑도 조금 지각해버리는 고죠로 고죠유우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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