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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다음 날과 다다음 날 아침은 의외로 평소와 같았음. 레이가 등교 준비를 하는 동안 슈이치는 주방에서 토스트를 태우며 콜록댔고,자켓 단추를 잠그며 달려온 레이는 도구를 빼앗아 새로 아침을 차림.

레이의 등굣길에 동행해주고, 선생님이 보일 즈음 인사를 하고 사라지는것도 같았음.

25.
하지만 교실에선 레이가 평소와 달랐음. 늘 열정적이던 녀석이 턱을 괸 채 연필만 빙빙 돌리며 멍을 때림.
아프냐,보건실 가야하는거 아니냐. 라는 말까지 들음.
레이는 이제 슈이치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음. 혈연은 아니지만 형제인데, 키스했지. 형제들은 그런거 안해. 그치만 연인이라기엔 고백한 사람이 없는걸?

나 좋아해? 우리 사귀는거야? 라고 물어볼까 고민도 했지만 그런 질문을 하는 자신을 상상만 해도 쪽팔려서 부르르 떨렸음. 눈치가 빠른 편인데 왜 이럴 때는 눈새가 되는지 참 답답했음.

26.
학교가 끝나고, 레이는 슈이치를 기다리며 학교 뒷편 정원을 걷고 있었음. 미완성 상태로 방치된 이곳은 아무도 오지 않는 둘만의 장소같은 곳이었음. 연락을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있다보니, 따뜻한 햇빛 때문에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봐. 잠에서 깼을 땐 언제 왔는지 모를 슈이치가 옆에 팔짱을 끼고 앉아있었지.

레이가 살짝 잠에서 덜 깬 상태로 눈을 부벼대자, 자리에서 일어난 슈이치는 허리를 숙여 눈을 맞추곤 다정하게 말했음. 그러곤 느릿느릿 일어난 레이와 함께 집으로 향했지.

27.
레이를 집에 데려다준 슈이치는 체육관으로 가는 길에도,
연습하는 와중에도,귀갓길에도 레이 생각만 났음.
어제 아침,그리고 오늘 정원에서 보았던 잠든 레이의 모습을 찬찬히 떠올려봄. 좋은 향이 나는 머리칼, 쳐진 눈과 반대로 올라간 곧고 짙은 눈썹,쭉 뻗은 콧대, 햄스터처럼 동그랗고 발그레한 볼, 분홍빛이 도는 얇은 입술. 뭐 하나 부족한 곳이 없었지. 무방비하게 잠든 모습은 혼자만 알고싶을 정도로 예뻐서,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음.

원래도 귀엽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동안은 그냥 귀여운 동생이라는 느낌 정도였음. 하지만 그 일이 생긴 후엔 사랑스러워보일 정도로 신경쓰이기 시작했지.

한 마디로 그냥 머릿속이 레이 생각으로 꽉 차버림.

24.
간단한 샤워를 마친 슈이치는 2층에서 아주 작게 들려온, 앓는 소리에 후다닥 뛰어감. 레이는 그저 상처들을 소독한 후
약을 바르다가 따끔해서 살짝 앓은 것 뿐이었지만. 이를 알리 없는 슈이치가 갑자기 문을 벌컥 열어서 한 번, 반라 상태인 슈이치의 모습에 두 번. 레이는 어깨를 들썩이면서 화들짝 놀람.

뭐야? 왜 그런 상태로 들어와?

내가 너무 호들갑 떨었나싶어 뒷목만 긁적이던 슈이치는 그래도 옆에 와 앉은 다음 혼자 치료하기 힘들법한 곳을 대신 봐줌. 정작 제 상처는 대충 물로 씻어내고 말았는데, 레이의 상처는 최대한 섬세한 손놀림으로 건드렸음.

누가 보면 우리끼리 싸운 줄 알겠다.

레이의 혼잣말에 둘 다 작게 웃음. 둘 다 여기저기에 상처가 한가득이니 그리 생각할 만하긴 했지. 치료를 마무리 한 후, 레이의 얼굴을 잡고 빼먹은 곳 없나 체크하던 슈이치는 레이와 눈이 마주치자 괜히 달아오르는 마음을 애써 억눌렀음.

25.
다 됐어?

슈이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건을 박스에 담자 레이는 그걸 도로 갖다놓은 후 다시 방에 돌아옴. 아직 슈이치는 반라 상태로 침대에 걸터앉아있었는데, 레이는 자꾸 그 쪽으로 눈길이 갔음.
그러다가 생각했지. 저렇게 잘생기고 몸도 좋은데, 얼마 전 있었던 사고 때문에 쌍방으로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긴 애매하고, 전교의 거의 모든 여자아이들이 슈이치를 좋아하는데 그 중 슈이치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최소 한명은 있겠지. 언젠가 여친을 만들어서 오지 않을까. 레이는 그런 추측을 함.

슈이치 형, 고백 많이 받아봤을 것 같아.

무의식중에 머릿속 생각을 말로 해버림. 자기가 말해놓고도 깜짝 놀라서 고개를 홱 돌렸지. 슈이치는 그냥 별 반응 없이 고개만 끄덕거렸음. 다 차 버리긴 했어도 편지는 엄청 받았으니까. 그리고 슈이치가 역으로 같은 질문을 하자, 레이도 고백 받은 적이 어느정도 있긴 했지만 그냥 아닌 척 함.

거짓말.

슈이치는 속을 꿰뚫어보듯 팔짱을 끼고 앉아서 말했음.
계속 아니라고 부정하며 역정내던 레이는 심통난 얼굴로 입을 꾹 닫았지.

키도 크고, 귀엽게 생겼는데 안 받았을 리 없잖아.

내가 키 크고 귀엽다고 생각해?

슈이치는 순간 아차 하는 마음에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딱히 할 만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음. 예전에 서로를 피해다녔던 시절 수준으로 조용하고 어색한 공기가 흘렀음.

형은 좋아하는 사람 있어?

무어라 말하고 싶은 듯 입을 살짝 오물거리던 레이가 정적을 깼지. 슈이치는 마땅히 대답하지 못하고, 그냥 잘 모르겠다는 듯 어깨만 으쓱대고 얼굴로 허공만 쳐다봄.

난 있는 거 같은데.

옆에 살포시 앉은 레이가 작게 말함. 침대 위에 살짝 올린 손이 닿을락말락한 거리까지 오자, 상황은 완전 역전됨. 평소와 달리 긴장한 표정은 슈이치가, 조금 진지한 얼굴은 레이가 하고 있었음. 밖에서든 안에서든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모습이었지 둘 다.
공통점이라곤 전부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는 점 정도?

26.
착각이 아니라면 이건 분명 '그 상황'일 것이다. 라고 생각함. 설마설마 한게 진짠가, 온갖 생각과 긴장감이 들었음. 긴장을 한 적은 수없이 많았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음. 근데 1초 전 까지만 해도 비장하던 레이가 머뭇대기만 하는거.

나 형 좋아하나봐

몸을 옆으로 비스듬히 돌린 채 나란히 있던 슈이치는 조금 불편한 자세 때문에 몸을 고쳐앉으려 했음. 하지만 레이는 혼자 안절부절하는 와중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마치 자리를 뜨려는 것 처럼 보였을까. 갑자기 손을 탁 붙잡고 조금 성급한 목소리로 말함.

뇌정지와서 얼어붙음.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거든. 얼굴이나 전후 상황을 보면 장난도 아닌 것 같고, 그저 갑작스런 고백에 현실감이 안 들어서 평소처럼 뚱한 표정으로 있는데 레이 입장에선 너무 반응이 없으니 조마조마 했겠지. 그저 울상이 된 채로, 싫으면 싫다고 해도 좋으니까 뭐라 말 좀 해 달라고 함. 그래도 끝까지 대답 안함. 좀 심란하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한거였지만 전체적인 외모가 외모인지라 걍 화난걸로 보였음. 레이는 결국 내가 쓸데없는 소리 해서 화났구나. 앞으로 어떡하지..하는 후회감에 일어나려 함. 근데 갑자기 슈이치가 손목 붙잡아서 세게 잡아당김 그래서 얼떨결에 끌려간 레이는 슈이치 위에 엎어졌고, 뭐라 말하기도 전에 키갈당할듯.

슈이치를 미친듯이 찾아다녔던 날엔, 뭔가에 씌인 자신의 행동 때문에 일어났던 일이겠지만 오늘은 그런 것도 없는데. 정말 갑작스런 상황이라 조금 놀랐지. 대답을 원한거지 이런걸 원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는데.

와중에 분명 위에 있던 레이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깔려있는 상태라서 조금 놀랄듯 ㅋㅋ 그래도 잠깐만 움찔 했을 뿐 슈이치 목에 팔을 살짝 감음. 냉기가 조금 도는 부드러운 살이 느껴졌고, 심장은 터질 기세로 빠르게 뛰었음.

27.
대답을 해 달랬지 언제 스킨십 해 달랬어?

맞물려져 있던 입술이 제 턱선을 타고,목에서 어깨로 내려가는게 느껴지자, 순간 페이스에 말려들 뻔한 레이는 정신이 확 들음. 그래서 호다닥 슈이치 얼굴을 밀면서 다급히 말했음. 슈이치는 아까 고백을 들었을 때만 잠깐 뇌정지가 왔을 뿐 그조차 아무렇지 않아졌는지, 평소처럼 느긋한 얼굴로 있다가 걍 여유롭게 웃었음. 속을 알 수 없는 그 미소에 레이는 온갖 망상을 다 해 봤고, 슈이치는 짧게 한 마디만 함.

이러고 있는데 꼭 말로 해야 알아듣는거야?

맞말이긴 함. 거절할거라면 이런 행동 안 했겠지. 그래도 만일을 대비해 직접 듣고싶긴 해서 괜히 반항기 어린 눈빛으로 째려보다가 고개를 끄덕임. 성격상 말이나 감정 표현 자체가 없는 슈이치는 말 한 마디 하는게 지금 상황보다 더 쪽팔리고 힘들었음.

방금전까지 남사스러운 행동 잘만 하던 놈이 우물쭈물 하는 모습을 보니 레이는 어이가 없었겠지. 우물쭈물 해 댈거면 좀 비키고 하던지. 행동과 태도가 너무 언밸런스했음. 하지만 역시 그 눈을 보고 있으면 고집이고 뭐고 해달라는거 다 해주고 싶어지는건
어쩔 수가 없나봄. 해 달라면 해야겠지. 라고 마음을 먹었음.
하지만 말이 나오질 않아서 한숨만 쉴듯ㅋㅋ

싫은거야?

아니 싫은게 아니라;;

아까보다 좀 덜 까칠하게 말했지만 슈이치는 그래도 대답이 나오질 않았지. 그렇다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이 상태로 기싸움할 생각은 없고, 일단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의자에 앉은 슈이치는 몸을 돌려 책상에 턱을 괴었고,계속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레이의 시선이 뒷통수에 느껴짐.

그래,나도 너 좋아하는 것 같다.

평생 죽어도 안 할만한 말을 겨우 내뱉었지. 홍당무처럼 빨개진 얼굴엔 이제 됐냐? 라는 듯한 느낌이 어려있었지만 그나마 방이 어두웠고 고개를 돌려버려서 잘 보이진 않았음. 그래도 레이는 슈이치 표정이 뻔하긴 해도 대답 자체에 만족할듯. 슈이치는 나름 용기내서 말했는데 딱히 반응 없길래 뭐지 싶어 침대 쪽으로 의자 돌림 근데 의자 돌리자마자 레이가 확 일어나서 앵길듯

28.
그렇게 뜬금없는 고백 헤프닝이 끝나고 며칠 동안은 조금 어색했을듯. 그래도 며칠 지나니 그 어색한 공기 다시 사라지고 전보다 더 붙어다닐듯. 집에서든 밖에서든 ㅇㅇ

그래도 딱히 상대를 대하는 태도나 성격엔 변화가 없어서, 가끔
둘이 있거나 하면 전에 한 말 또 해 주면 안 돼? 라고 묻고 슈이치가 얼굴 새빨개져서 싫다고 거절하면 또 투닥대다가 결국 못 이기고 해줄듯


아카아무 슈레이 코난

엄청나게 급 마무리한듯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봐준펭들 고마워..
이거 외에도 뭔가 타임루프하는앜암 등등 온갖 망상질 다 해보는중인데 글로 쓰는게 ㄹㅇ 개힘든듯
그래도앜암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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