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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8 22:02
옛날옛날, 과거시험을 보러갔던 선비가 있었다.
선비는 산 속을 걷다가 해가 지자 근처에 하루 묵을 곳을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주위엔 초가집 한채가 자리하고 있었다.
선비는 이런 산속에도 집이 있구나, 하며 하루 묵기 위해 문을 두드렸다.

"이보시오, 거기 누구계시오?"

하지만 선비의 말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선비는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누구 안계시오? 지나가는 나그네인데, 하루 묵을 수 없겠소?"

이번에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선비는 곤란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대답이 없는걸 보니 빈집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들어갈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선비는 한가지 묘책을 떠올렸다. 손가락에 침을 묻혀, 창호지에 작은 구멍을 낸 뒤 집안을 엿보기로 한 것이다.

창호지에 구멍을 낸 선비는 문에 눈을 가까이 대었다. 그런데 방 안의 풍경이 무언가 이상한것이다.

집안이 온통 붉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붉은 색 밖에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꺼림직한 느낌을 받은 선비가 주츰거리며 물러났다. 선비는 어쩔 수 없이 밤새 산을 걷기로 했다.

그렇게 산을 걷던 선비는 아침 해가 뜨고 나서야 사람들이 모인 번화가를 찾을 수 있었다.

"이보시오, 혹시 저기 있는 산에 자리한 초가집에 누가 사는지 아시오?"

선비는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었다. 산을 걸으며 내내 품었던 의문이기 때문이다.

"아니 글쎄, 누군진 몰라도 집이 온통 붉었어서 말이오."

그 말을 들은 마을 사람은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한 마디 하는 것이다.

"...그 집엔 눈이 붉은 귀신이 산다오."



선비는 그제야 자신이 본, 아니 마주했던 붉은 것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