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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6 15:08

내가 보려고 ㅂㅇ함

ㅍㅍㄱㅂㅇ 오역주의
 


좋아하는 사람의 그림자를 밟으면 그 사람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징크스를 떠올린 것은 - 겨울, 바로 그 계절에 그 상대의 발밑에 유난히 긴 그림자가 길게 뻗어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였다. 나는 주차된 차의 운전석으로 돌아가는 척하며 무방비 상태로 비춰지는 그림자를 뒤에서 몰래 밟아주었다. 딱히 어린애 같은 주술을 믿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밟고 난 직후, 뭐라 말할 수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그때부터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의 그림자를 쫓아다니게 되었다.

그는 일급 주술사, 나는 일개 보조 감독. 상급 주술사의 임무는 단독 임무가 많고, 대화라고 해봐야 최소한의 인사와 업무 연락 정도다. 몇 안 되는 접점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림자를 밟는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가끔은 위험한 다리를 건너고 싶은 모험심이 꿈틀거릴 때도 있지만,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덕분에 지금은 잘 숨기고 있다.

나는 이 일방적인 사랑을 매우 즐기고 있었다. 식사에 초대하거나 호의를 베푸는 것도 아니고,관계는 출발점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래서 다행이었다. 원래부터 희망이 없는 사랑이라서 이렇게 날아오르고 설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계절은 순리대로 돌고 돌아 여름이 왔다. 으르렁거리는 더위, 바닥이 보일 듯 말 듯 파란 하늘과 두터운 구름. 뉴스 캐스터가 웃으며 "긴 장마가 끝났습니다"라고 말한 것은 어제 낮 무렵이었다. 반짝반짝 강한 빛으로 피부를 태우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태양은 무자비하다. 여름에는 남중 고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즉 그림자가 짧다. 그런 단순한 이유로 나의 사소한 놀이는 갑작스럽게 끝이 났다. 그만둘 때도 지금인 것 같다. 처음부터 죽인 사랑이었다. 그러니 이제 천천히 모래를 덮고 흙에 묻고, 손을 맞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마음은 정리할 수 있었다. 연애성취를 위한 징크스가 다른 형태로 도움이 될 줄은 몰랐지만, 언젠가 이런 날들도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오늘도 잘 부탁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내가 얼른 고개를 숙이자 상대방도 똑같이 인사를 했다. 삼일 간격으로 나나미 씨와 임무라니, 참 신기하다. 그림자 밟기를 그만둔 후,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람과 임무가 겹치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그에게 패드를 건네며 대상의 주령에 대해 설명했다. 긴급한 사안은 아니지만, 목숨이 걸린 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나나미 씨는 사전 자료를 훑어보고 있었는지, 업무 보고는 생각보다 빨리 끝이 났다. 할 일도 없으니 먼저 차를 준비하려고 사무실을 나와 주차장으로 가려고 하는데, 나나미 씨가 갑자기 빠르게 다가온다.

"......"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그는 느린 동작으로 손목시계로 시선을 떨어뜨려 시간을 확인한다. 그 부드러움과는 대조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중력이 내려가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저와 동갑이었죠?"
"네, 맞습니다" (동갑인 줄은 알고 있었다)
"임무 시간까지 옛날 이야기나 좀 하지 않을래요?
"".... 옛날 이야기요?"
"네, 어릴 때 유행했던 징크스에 대해요."
"......"
"당신도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나나미씨는 의미심장하게 내 짧은 그림자를 밟고 본 적도 없는 어린 얼굴로 부드럽게 웃었다.
2024.04.22 11:49
ㅇㅇ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다..
[Code: 4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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