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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9 17:25

픽십 작가 코멘트

: 데스몬드 형제(데미다미)의 이야기입니다. 자각하지 못하고 동생을 무척이나 익애하는 형을 쓰고 싶었어요.

 

의오역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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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고 부를지는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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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이 차이나는 동생과는 직접 말을 나눈 적도, 전화통화를 한 적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동생이 태어났을 때 이미 데미트리어스는 기숙사에 들어가 있었고, 가끔 집에 돌아가도 동생은 너무 어려서 말을 할 수 없었다.

다만 휴일이 되어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어김없이 지브스가 동생을 데리고 내 방으로 왔다. 그 무렵의 동생은 내 얼굴 을 보면 큰 소리로 울며 집사의 다리에 매달리고 있었다.

울 정도로 싫으면 굳이 데려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지만 그래도 지브스는 동생을 데리고 내 방으로 홍차를 가져왔다.

남동생을 데려오지 않는 날은, '오늘 다미안님은 놀다가 피곤해하셔서 낮잠 중이십니다.' 라든가, '정원에서 계속 개미씨의 행렬을 보고 있습니다.' 라든가, '감기에 걸려서 방에서 주무시고 계십니다.'라든가 하고, 딱히 듣지도 않는데 남동생의 모습을 보고해 왔다.

휴일이 끝나갈 때쯤이면 나는 동생에 대해 몇 가지를 알게되었다.

 


내 동생은 잠을 잘 자고 감기에 자주 걸리며, 잘 운다.
동생 얘기를 할 때만 평소에는 완벽한 집사의 말투가 이상해진다는 것.
(개미를 진지하게 '개미씨'라고 말하고 있었고, 때때로 갑자기 '자장자장'이라든가 '맘마'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 동생 이름이 다미안이라는 것.

그리고 기숙사로 돌아가기 전날 낮에 지브스는 다시 다미안을 데리고 내 방으로 홍차를 날라왔다.
내 얼굴을 보니 다미안은 역시 울기 시작했지만, 어쩐지 그날은 평소보다 목소리가 작고, 꼬물꼬물거리며 울면서 집사를 향해 두 손을 뻗고 있었다.
지브스가 안아 올리자 동생은 집사의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고 몇 초 만에 잠이 들었다.
잠자코 동생을 바라보고 있던 나에게, 지브스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데미트리어스님도 안아보시겠어요?"
'………'
나의 침묵을 왠지 긍정으로 파악한 지브스는 동생을 내 앞에 내밀었다.
돌려줄수도 없고, 눈을 뜨고 또 큰 소리로 울면 귀찮을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받았다.

생각보다 가볍고, 부드럽고, 그리고 따뜻했다.
"다미안……"
아마 그때 처음으로 나는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스스로는 그렇게 큰 소리를 낼 생각이 없었지만 팔 안의 동생은 바들바들 떨었다.
그리고 평소처럼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참, 내 동생을 모르겠어.

 

 

 

데미트리어스 앞으로 편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지브스로, 1년에 한 번 데즈먼드 가문 본저의 정원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가든 파티에의 참가를 재촉하는 내용이었다.

평소와 같은 편지였지만,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편지와 함께 약간 구겨진 종이가 들어 있었고, 보라색 크레파스로 해석불가인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뒷면에 지브스 글씨로 '다미안님이 그리셨습니다. 멍멍이 그림이래요.'라고 쓰여 있다.

'멍멍이.'

'멍멍이'?

'멍멍이'??

'멍멍이'란 무엇인가.

궁금하긴 했지만 굳이 전화해서 물어볼 필요도 없어서 그냥 두었다.

파티날까지 기억하고 있으면 지브스한테나 물어보자.

 

 

그렇게 참석한 파티에서는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났다.
이럴 때면 으레 어머니가 '학교는 어때?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하렴.'라고 말씀하신다.
그에 대해 내가 '특별히 없어요.'라고 대답하면 대화는 종료된다.
그것이 우리 집의 유일한 대화였고, 가족 대화의 정형문이었다.
오늘도 어머니께서는 조각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학교는 어떠니? 뭔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연락해."
"………"
"………"
평소대로라면 곧 돌아올 대답이 오지 않자, 어머니는 물어보듯 이쪽을 바라보았다.
"………'멍멍이'…"
어머니가 고개를 갸웃했다.
"...너 개를 갖고 싶은거니?"
"필요 없어요."
"그래? 하지만 방금 '멍멍이'라고……."
아무래도 '멍멍이'란 개를 가리키는 것 같다고 데미트리어스는 이해했다.
"'멍멍이'를 좋아하는 것은 제가 아니라 다미안입니다."
그러면서 양복 안주머니에서 다미안이 그린 그림을 꺼내 어머니께 보여드렸다.
"다미안이 그린 '멍멍이'에요."
어머니께서는 호박색 눈동자를 크게 뜨고는 들고 있던 부채로 입가를 가렸다.
입가는 보이지 않아도, 어머니께서 미소 짓고 있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머니를 말없이 응시하고 계셨다.
데미트리어스는 몇 번 눈을 깜빡이다가 '멍멍이'의 그림을 천천히 안주머니에 넣고 그 자리를 떠났다.

 

 

데미트리어스를 따라온 지브스는 자몽주스를 내밀었다.
조금 전까지 손에 들고 있던 페리에는 거의 입을 대지 않았지만, 받은 자몽 주스는 단번에 마셔 버렸다.
"딱 이게 마시고 싶었어.'
"그거 잘됐네요."
"어떻게 알았지?"
"왜 그럴까요?"
지브스는 부드럽게 미소지더니 진저 쿠키를 내려놓고 자리를 떠났다.
'...마침 이게 먹고싶었어.'
아무도 없는 장미원 가장자리에서 데미트리어스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다음 중간 방학 때에 집에 돌아오니 정원에서 건강한 도베르만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난 '멍멍이'는 필요 없다고 말했을 텐데...라고 데미트리어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집사와 함께 홍차를 가지고 온 동생은 울고 있지 않았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맥스!!"을 외치며 내 눈앞에 꼬깃한 종이를 내밀었다.
종이에는 갈색 크레파스로 알 수 없는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멍멍이'가 개를 나타낸다면 '맥스' 무엇을 나타내는가.
잠시 생각하다가 데미트리어스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창밖에서 도베르만이 "멍!"하고 크게 짖고 있었다.
참, 내 동생을 모르겠어.


 

 

어느새 동생은 이든에 입학할 나이가 됐다.
그렇다고 해도 나와 동생은 7살이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교내에서 얼굴을 맞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 동생에게서 드물게 기숙사로 전화가 왔다.
용건을 물었더니, 내일의 친목회 때에 아버님께의 전언을 부탁받았다.
제2 도서관 뒤 안뜰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친목회가 끝나면 오라고 전해달라한다.
전언 정도면 별 문제 없다.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떠맡았다.

 

 

그렇게 맞이한 친목회 당일.

나는 제대로 아버지에게 동생으로부터의 전언을 전했다.

아버지께서는 짧게 한마디, "그래"라고만 대답하셨다.

그리고 나서 나는 참가자들과 거침없는 대화를 나누고, 서빙원으로부터 받은 자몽 주스를 마셨다.

두 잔째 자몽 주스를 다 마셨을 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언제까지 이 행사장에 계실까?

종료 시간은 16시인데 그때까지 계속 있을 건지, 중간에 퇴석하실 건지.

"아버지, 오늘은 몇 시까지 이 모임에 참석하실 예정입니까?"

"음? 15시까지 예정인데, 무슨 일 있니?

"아니요, 아무것도."

나는 세 잔째 자몽 주스를 받기 위해 그 자리를 떠났다.

아버지꼐서 15시에 회장을 나가실 때까지 다미안은 계속 안뜰에서 기다리고 있을 생각일까?

살짝 밖으로 눈을 돌리면 조금 전까지 맑았던 하늘에는 구름이 끼어 있다.

데미트리어스는 입을 열었다.

"아버지,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지만 하늘이 흐려져서 쌀쌀하실지도 모릅니다."

"음? 아, 그렇구나.하지만, 회장 내부는 공기조절도 되고 따뜻한데?」"

"여기는 따뜻한데 밖은 추울 것 같아요. 안뜰에 가신다면 제 목도리를 사용하세요."

"아니, 됐다."

그리고 진저 쿠키를 입으로 가져간 데미트리어스는 문득 손을 멈추었다.

다미안은 점심은 먹었을까.

어쩌면 기숙사에도 가지 않고 식당에도 가지 않고 안뜰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아버지, 만약 안뜰에 가신다면 이 쿠키를 가져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왜지?"


"배가 고팠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괜찮다. 공교롭게도 나는 배부르다."
 

"아버지께서 드시라는 것이 아니에요."

"…"

"…"

"…"


"아버지, 조금 전까지 아버지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도 많이 물러났습니다. 대충 인사는 마치지 않았을까요?"

"하아……"

도노반은 길게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알겠다. 바로 회장을 나와 다미안에게 가보도록 하지."

조금 전부터 섬뜩한 눈빛으로 도노반에게 다가서려는 추종자들을 걷어내던 데미트리어스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제2 도서관 뒤 안뜰입니다."

전언을 마친 데미토리아스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배웅하고 자몽 주스를 다 마신 후 회장을 나섰다.


 

그날 밤 동생에게서 기숙사로 전화가 왔다.
"형, 고마워! 오늘 친목회 후에 아버지가 안뜰에 와주셨어!"
"그렇구나."
데미트리어스는 간결하게 대답했다.
그저 나는 그냥 전언을 전했을 뿐이다.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나에게 감사할 일도 아니지.
"...저기, 나도, 형 못지않게 공부도 운동도 글도 글도 열심히 쓰니까, 그러면 언젠가...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잘 자.."
"아아"
그러고 보니 동생이 공작 시간에서 만든 작품이 금상을 받았다고 선생님께 들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이해를 못하는것 뿐이고, 동생에게는 훌륭한 예술적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옷 안주머니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냈지만 말을 잇지는 못했다.
몇 번을 봐도 변하지는 않아.
종이에는 갈색 크레파스로 알 수 없는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모르겠어."
그만 목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몇 년 전 동생이 그린 '맥스'가 무엇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정말로, 내 동생을 모르겠어.

 
 
 
 
 

 

2024.04.29 21:34
ㅇㅇ
모바일
ㅠㅠㅠ데스몬드 형제 사이가 정말 이러면 좋겠다
[Code: d96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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