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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 드림
'' 죽음 소재 주의
"오늘도 야근? 밥 먼저 먹는다."
"어, 나 오늘도 늦어."
이 전화 상대는 성별은 다르지만 오래된 소꿉친구이자, 단순한 동거인인 사쿠사다.
남들이 보기엔 어떻게 볼 지는 알겠다만 우리는 절대 그런 사이가 아니고 그런 관계가 될 여지도 없는 사이다.
단지 회사가 가깝고 각 부모님들의 권유도 있었고,
치가 떨리는 월세를 반절이나 나눌 수 있다는 장점만을 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관계며 생활에 있어서며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사쿠사였기에 더욱 걱정이 없었다.
말이 동거지 쉐어 하우스였던 것인데,
집착이 강했던 남자친구, 지금은 전 남자친구가 된 마츠카와는 그 부분을 강하게 반대하였다. 몇 번이나 설득을 하였지만 더욱 강경하게다가오는 마츠카와에 지쳐 헤어짐을 고하게 되었다.
어제였던가,
사쿠사의 전화를 끊고 과거 회상을 하다 고개를 젓고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가고 있었다.
직업 특성상 항상 이 시기가 되면 항상 야근이 늦어졌다.
"나 왔어."
응?
그 날 따라 뭔가 이상했다.
원래 아무리 늦은 시간에 귀가하더라도 새벽까지 깨어있던 사쿠사는 항상 어.라고 라도 짧게 대답했었는데 묵직한 시계 소리만이 텅 빈집을 감싸고 있었다.
그냥 단순히 약속이 있어서 나갔다보다 하고는 바로 잠에 들었다.
그리고 지금,
그 전화가 사쿠사와의 마지막 대화였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온 몸을 휘감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사쿠사의 부모님께서 온 부재중 전화가 여러통 와있고 하나의 문자가 내 심장을 발 끝까지 내려 앉게 만들었다.
'이 문자 확인하면 미야기 장례식장으로 와주렴.'
이 짧은 문자를 보고 토악질이 올라올 정도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사쿠사가 죽었다.
난 다시 전화할 새도 없이 어제 미처 갈아입지 못한 채 잤던 옷 그대로 뛰쳐나갔다.
어제부터 묘하게 감돌던 불안함과 찝찝함이 현실이 되어 자신을 계속 때리고 있는 기분이다.
장례식장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전광판이 내 뺨을 때리는 듯 했다.
진짜 사쿠사가 죽었다.
그렇게 입을 막으며 전광판 아래의 문으로 들어가자 하얀 꽃들 사이에 놓인 사쿠사의 사진과 눈이 마주쳤다.
"아아.."
애써 부정해왔던 것이 실체로 다가온 걸 깨닫자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그렇게 주저 앉으려는 찰나 누군가 내 허리를 잡고 당겼다.
"... 마츠카와?"
"오랜만이네."
"너.. 니가 여기 왜... 아,"
사쿠사와 친분이 있을리 만무한 마츠카와가 왜 이 곳에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으나,
바로 가슴팍의 상조회사의 명찰을 보고 수긍했다.
"고마워, 이제 놔도 돼."
다시 다리에 힘을 주며 내 허리에 감은 마츠카와의 팔을 손으로 미는데 더욱 힘을 주며 자신 쪽으로 당겨왔다.
"뭐 하는 거야?"
"그렇게 만나고 싶었는데,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가 통 만나주질 않으니까 말이야,
나도 널 이런 곳에서 만나고 싶진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