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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0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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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리바를 개년에서 보다니 신나서 n년전에 써둔거 꺼내왔다. 타싸에 올린 적 있음 썰체주의

아르민이 리바이를 처음 만난 건 아주 오래전이었어. 거의 15년 전이였지. 같은 아파트에 살게 되었을 때, 리바이는 대학생이었고 아르민은 초등학생이었어. 둘 다 원래 책을 좋아했고, 특히 리바이는 소설가를 꿈꾸던 청년이었어.

동네도서관의 몇 안되는 단골이었던 둘은 취향이 비슷한지 항상 빌리는 책이 겹쳤어. 리바이가 빌리려하면 아르민이 빌려가고, 아르민이 빌리려하면 리바이가 빌려가고, 그러면서도 다음 날이면 책이 돌아와있고. 책 맨 뒷 장에 끼워진 대여자 목록에 적힌 서로의 이름을 외우는 건 금방이었지.

서로 엇갈리길 여러 번, 결국 두 사람은 도서관에서 만났고 리바이는 그 어려운 책들을 읽는 게 고작 10살짜리 아이라는것에 놀랐어. 그런데 알고보니 옆옆집에 산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지.

그 이후로 둘은 좋은 독서친구가 될 수 있었어. 차를 좋아하는 리바이의 집엔 다양한 차들과 간식거리가 있어서 주로 집에 혼자 있던 아르민은 매일같이 리바이의 집에 가서 함께 책얘기를 하거나 강이 책을 읽거나했어. 그러다가 매일 집 앞에서 리바이를 기다리는 아르민이 걱정된 리바이가 집 열쇠의 복사본을 맡기고, 둘은 점차 더욱 가까워져갔지.

비밀이지만, 아르민은 리바이의 책 읽는 모습이 좋았어.
평소에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것 같은데 책 읽는 그의 얼굴은 누구보다 평온해보였거든. 편안하고, 워낙 무표정한 사람이라 잘 티가 안나지만 행복한 얼굴. 얼굴에 긴장이 풀어진 나른한 그의 표정과 그가 끓여준 홍차향기가 가득하고 달콤한 쿠키가 있는, 그 순간을 아주 좋아했어. 하루 일과를 마치고오면 그의 곁에서 책을 읽고 그를 관찰하는 것. 그게 그 때는 무엇보다 좋았어.

리바이는 작가로서 소설을 쓰고 싶어했지만 잘 되지않았어. 자료를 위해 아르민에게 추천받은 어려운 고고학 서적들을 읽어온 거였지만 쉽지는 않았나봐. 공모전을 준비할 때면 그는 지나치게 예민해졌고 신경질적이었지. 아르민은 그의 그런 면을 잘 알아줬고 배려해줬어. 그래서 아르민만은 그가 힘들 때고 그렇지 않을 때고 언제나 그의 곁에 있을 수 있었어. 예민해지는 시기엔 끼니도 거르고 지인들과의 연락을 전부 끊어버리는 리바이였지만, 그의 나이 어린 친구 아르민만은 항상, 그에 곁에 있었지.

리바이는 대학생 시절 처음 쓴 소설이 공모전에 가작으로 입상했던 이후로 어째선지 연달아 실패를 했어.

그래도 한동안은 꿈을 이루겠다는 명분 하에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살고 있었지만 그가 서른이 넘게 되자 더는 그럴 수가 없었어.
결국 그는 소설을 포기하고 다시 취업준비를 해서 꽤 좋은 회사에 취직했지. 주변에서는 잘됐다며 그를 축하했지만 리바이의 표정은 좋지 못했지. 그걸 알아주었던 유일한 사람 또한 아르민이었어. 아르민은 그가 얼마나 감성적이고 예민한지, 또 그의 소설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컸는지 잘 알고 있었거든. 그래서 아르민은 축하해줄 수 없었어. 그저 웃지도 못한채 어정쩡한 표정으로 그의 손을 꼭 붙잡아줄 수 밖에 없었지.

아르민이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리바이는 누구보다 더 감격스러워했던 것 같아. 겉으로 티가 잘 안나는 사람이지만 교복을 입은 아르민의 모습을 보고 촉촉한 눈동자가 흔들거렸던 걸 아르민만큼은 알아챘거든. 고등학생 기념으로 아르민은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는데 리바이는 어색해하면서도 신기한지 아르민의 짧아져서 까끌해진 뒷머리를 자주 쓰다듬었어.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아르민은 계속 짧은 머리를 하겠다고 결심했었지.

둘의 관계는 남이 봤을 때 조금은 이상했을거야. 인상이 나쁜 예민한 30대 회사원과 묘하게 화사한 느낌의 미소년 고교생이 즐겁게 걷는 모양새는 아무래도 엉뚱한 조합으로 보였겠지. 누가 물어보면 그냥 친구라고 사실을 말해도 열다섯살이나 차이나는 친구라는 게 더 이상하게 여겨졌던 것 같아. 그래도 둘은 상관없었어. 아르민이 중학교 시절 곱상한 외모로 긴 머리였을 때는 여자애같아보여서 원조교제로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뭐,

이 때 쯤 리바이가 회사를 다닌지 2년차 쯤이었는데, 글을 쓸 때와 달리 자주 늦게까지 일을 하다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피곤함에 제대로 책을 읽지도, 함께 이야기를 하지도 못했어. 아르민은 그래도 리바이를 매일 보고 싶어서 리바이의 집에서 기다리지만 너무 늦어지는 바람에 정말 얼굴만 보고 집에 가는 날도 잦았어.

더이상 그를 기다리는 시간이 마냥 행복하지않았어. 아르민은 그의 행복한 얼굴이 보고 싶었어. 좋아하는 홍차를 마시고 책을 읽는 그 편안한 표정이.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아르민은 그 때 자신이 누구보다 그의 행복을 바라고, 그걸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단 기분이 들었어.

고등학교 1학년 여름이었어. 언제나처럼 그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그의 귀가가 늦었어. 워낙 내성적인 사람이라 아무리 늦어도 열두시 전엔 들어왔는데, 열두시가 지나도 안 오길래 밖에서 기다리려고 불을 끄고 집을 나섰어. 계단으로 거의 1층까지 내려왔는데, 타이밍 좋게 누군가가 건물안으로 들어오는 걸 느꼈어.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고 속삭이는 말소리가 들렸지.

....집...은 안돼. 아르민이 있을 수도 있어.
아르민? 같이 사는 가족이 있나?
아니,...내,친구.... 아, 잠시만, 조금만 참아, 데려다준다고만 했으면서...
다 알고서 데려온 게 아니었나? 이제와서 순진한 척 하는거야?

고작 반계단 위에서, 그 농섞인 대화를 들으며 아르민은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숨을 참았어. 원래 자동으로 켜지는 불이 얼마전 고장나서 켜지지 않았던게 정말 다행이었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진한 키스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어. 아르민은 그저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있었어. 리바이의 얼굴이 발갛고 눈이 풀려있는걸로보아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았어.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오고, 둘은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잡아먹을듯 키스하는 둘의 모습과 동시에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지. 아르민은 그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어.

난 그저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하지만, 남자의 목을 끌어안던 작은 손이, 남자가 거칠게 입 맞출 때 파르르 떨리며 감기던 속눈썹이, 발갛게 달아올라있던 사랑스러운 볼이, 떠올라서

아르민은 그 날 밤이 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어.



몇 년 만에 꺼내보니까 수치스럽긴한데
아르리바 개존맛이라는 것만 알아라
2020.02.20 01:49
ㅇㅇ
모바일
센세 이런 씹사약 먹이고 혼자 가시면 안됩니다 절 책임지셔야죠...
[Code: e577]
2020.02.20 16:10
ㅇㅇ
모바일
아르리바 존맛
[Code: 354e]
2020.04.26 12:22
ㅇㅇ
모바일
아미친센세다음편오네가이진짜너무아르리바소중해센세진짜고마워빨리다음편을쓰길바라진짜빨리다음편이궁금해제발다음편을줘사랑해
[Code: 55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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