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디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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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3 21:03

1편: https://tdgall.com/78662798
2편: https://tdgall.com/78679607
3편: https://tdgall.com/78842589
맞서 싸우지도 못하고 바닥에 넘어져서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는 즈라에게서 신스케를 떼어낸 히지카타는 신스케를 내려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음.
"당신이 타카스기 신스케.... 분명 죽었다고 들었는데...."
순간, 용수철처럼 튀어나온 긴토키는 신스케를 히지카타의 손에서 빼내어 등 뒤로 숨기고는 두 팔을 벌렸음.
"신스케를 데려가려면 내 시체를 넘어라!!!"
"...뭐?"
"신스케는 내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킨다!!! 칼 뽑아, 히지카타!! 결투다!!!"
"아니, 내가 왜 네놈이랑 결투를...."
동야호를 뽑아들고 씩씩거리는 긴토키를 자신을 향해 잡아끌며 신스케는 덩달아 흥분해서 외치기 시작했음.
"긴토키 건드리지 마!!! ㅈ, 지금은 전화 받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한때는 귀병대 총독이었으니까!!! 긴토키 털끝 하나 건드리기만 해봐, 과도로 껍질을 벗겨줄 거야!!!"
늘 차분한 신스케가 흥분해서는 자그마한 과도를 집어들고 전투 테세를 갖추자, 불과 1분 전에 일어난 폭력 사건의 피해자로서 곤도의 보호를 받으며 애처롭게 코를 훌쩍이던 즈라는 곤도의 품에서 튀어나가서 신스케와 긴토키의 앞을 막아서며 외쳤음.
"타카스기는 안 돼, 타카스기는 안 돼!!"
"당신은 또 뭐야!! 방금 전까지 타카스기한테 처맞고 있던 주제에...!!"
"그래도 타카스기는 안 돼!! 타카스기, 평생 고생만 하고 살았다. 지켜줘야 된다!!! 광란의 귀공자 보여줘? 응? 함 보여줄까?!"
광란의 귀공자라는 작자가 얻어맞느라 산발이 된 머리를 한 채,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는 코를 훌쩍이는 모습을 안쓰럽다는 눈으로 바라보던 히지카타는 카구라가 악을 쓰기 시작하자 몸을 흠칫 떨며 시선을 돌렸음.
"신쨩 괴롭히지 마라 해!! 신쨩은 날개 잃은 천사다 해!! 신쨩이 오고 이제야 모든 게 좋아지고 있었는데... 신쨩은 내가 지켜줄 거다 해!! 사다하루, 물어!!"
집채만한 하얀 개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며 입을 쩍 벌리자 겁에 질린 히지카타는 작게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츠렸음. 그러나 물어뜯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무언가 자신을 밀어 넘어트리는 것과 동시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히지카타는 질끈 감은 눈을 조심스럽게 떠보았음. 자신을 밀어 넘어트린 채, 보호하려는 듯이 힘주어 감싸안고 있는 소고를 발견한 히지카타는 코끝이 찡해지는 기분에 조용히 소고의 옷자락을 꼭 쥐고는 자신과 소고의 앞을 막아선 거대한 하얀 생물을 올려다보았음. 언제 나타난 건지, 지금껏 수도 없이 보아온 괴생명체가 사다하루의 공격을 간단히 막아낸 모습에 히지는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트렸음.
"오오... 엘리자베스..."
말없이 히지에게 엄지 손가락을 세워보인 엘리는 사다하루와 대치하기 시작했음. 점점 난장판이 되어가는 상황에 일단 검은 뽑았지만 안절부절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도에, 신파치는 꽥 소리쳤음.
"곤도 씨, 신스케 씨 잡아가면 피도 눈물도 없다고 누나한테 이를 거예요!"
빛의 속도로 칼을 도로 칼집에 집어넣은 곤도는 모두가 동시에 소리를 지르는 사이 목소리를 높여 외쳤음.
"진선조 국장으로서의 명령이다!! 타카스기는 해결사의 친구고, 친구의 친구는 우리의 친구니까,"
그러나 곤도의 목소리는 그대로 묻혀버렸고, 곤도는 상황을 통제하기엔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음. 한편, 아랫층 가게에 있던 오토세는 도대체 뭐하는 것인지 모를 어마어마한 층간소음을 참아내다 인내심이 폭발하자, 가게 한구석의 빗자루를 집어들고 살기를 내뿜으며 윗층으로 올라갔음. 해결사 사무소의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오토세는 할 말을 잃고 잠시 그 놀라운 광경을 감상했음.
거대한 하얀 오리 같이 생긴 외계인과 사다하루는 치고받고 싸우는 중이고, 화려한 보라색 옷을 입은 왜소한 체구의 곱상한 남자는 과도를 들고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누군지 모를 상대에게 발악하고 있고, 과도를 든 남자의 옆에 바짝 붙은 긴토키는 동야호를 들고 금방이라도 튀어나가서 싸울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고, 카구라는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사다하루에게 지령을 내리고 있고, 신파치를 잃어버린 안경은 신파치를 찾아 헤매고 있고, 방바닥에는 진선조의 귀신부장이 연하의 1번대 대장과 서로 애틋한 표정으로 눈을 맞추며 끌어안은 채 누워있고, 긴토키의 친구로 몇 번 본 적이 있던 즈라는 처참한 몰골로 버둥거리며 긴토키와 과도를 든 남자를 지키려 애쓰는 모습을 감상하던 오토세는 버럭 소리쳤음.
"당장 멈추지 못해?!"
몇 분 후, 빗자루로 모두의 엉덩이를 공평하고 평등하게 흠씬 두들겨 패준 오토세는 홀로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우며 자신의 앞에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앉은 모두를 찬찬히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음.
"긴토키."
"할망구,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신스케가, 신스케가아..."
울먹거리는 긴토키를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던 오토세는 신스케를 돌아보았음.
"여기서 내가 모르는 사람은 자네밖에 없으니 자네가 신스케겠군."
"...네. 타카스기 신스케라고 합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정말 궁금한데 말이지."
"그게... 저, 예전엔 귀병대 총독이었고 사람도 많이 죽였지만 이제는 개과천선했고... 전 정말 긴토키와 조용히 살고 싶었던 것뿐인데 진선조가...."
신스케의 말에, 히지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음.
"말도 안 돼! 우린 당신을 잡아갈 생각조차 없었다고... 우리가 막부의 개였을 때야 당신이 우리의 적이었지만 이젠 막부도, 장군도 없고... 우린 당신이랑 싸울 이유가 없단 말이야!"
"...뭐? 정말이냐?"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히지의 순진한 표정을 멍하니 바라보던 신스케는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음.
"가만 보자... 그럼 이 소동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거지? 오키타가 히지카타 위에 엎어져 있던 건 히지카타가 공격을 받아서고, 사다하루가 히지카타를 공격한 건 카구라가 명령을 내려서 그랬고, 카구라가 명령을 내린 건 나를 지키려고 한 거고, 그런데 히지카타는 나를 공격한 적이 없네. 그럼...."
신스케의 말을 들으며 각자 방금 전까지 일어났던 사건들을 거꾸로 떠올리며 시작점을 찾던 모두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식은땀을 흘리는 긴토키를 돌아보았음.
"너구나, 혼자 오버해서 지랄한 과몰입충이."
"어, 에, 잠깐만, 긴상은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너만 아니었어도 애초에 싸울 이유조차 없었잖아!!"
긴토키에게 달려들어서 멱살을 잡는 신스케와 반항 한번 하지 않고 하찮게 짤짤 흔들리는 긴토키를 떼어놓기 위해 달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혀를 짧게 찬 오토세는 다시 한 번 빗자루를 집어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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